‘중국동포’라는 표현, 계속 써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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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9일, 시흥에서 끔찍한 흉기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도주 끝에 같은 날 경찰에 검거되었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조선족 출신의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참혹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나는 이 사건을 다룬 수많은 기사 제목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된 표현 하나에 눈이 멈췄다. 바로 ‘중국동포’라는 말이다.




중국동포라는 단어를 쓴 기사에 대한 비판을 하는 네티즌들, 출처 : 네이버뉴스

중국동포.

우리는 왜 여전히 이 표현을 사용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정말 적절한 말일까?
언뜻 보기엔 그냥 사실을 기술하는 말처럼 보일 수 있다. 중국 국적을 가진 한민족, 조선족. 그래서 ‘중국’과 ‘동포’라는 말을 결합해 쓴 것이겠지만, 이 표현이 주는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미 많은 조선족들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소개하고, ‘한국계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조선족이란 표현조차 일부에서는 쓰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인’이며, 한국은 조상의 뿌리일지언정 현재의 국가는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중국동포’라고 부른다. 동포란 사전적으로는 같은 민족,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그러면 우리는 아직도 그들을 민족적으로 ‘우리 안’에 두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보기엔 사회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아니라 ‘타자’에 더 가깝다. 취업, 주거, 범죄 보도 등 어떤 이슈든 그들을 일괄적으로 분류하고, 종종 부정적인 선입견을 덧씌우곤 한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중국동포’라는 표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언어인가?

스스로 중국 국적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점점 더 자신을 ‘중국인’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동포’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불편한 언어적 잔재일 수 있다. ‘동포’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는 따뜻한 정서나 민족적 연대는 이미 양쪽 모두에게 유효하지 않다면, 그 표현은 오히려 현실과 어긋난 감정적 언어로 남게 된다.
또 하나 더 생각해볼 지점은, ‘중국동포’라는 표현이 언제 주로 쓰이는가이다. 유감스럽게도 뉴스에서 이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순간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다. 이 표현은 때때로 범죄와 결합돼 일종의 낙인처럼 소비된다. 어떤 국적의 사람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특정 표현이 반복되면서 그 집단 전체가 부정적인 인식의 대상이 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물론, 용어 하나 바꾼다고 세상이 갑자기 공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곧 세계를 보는 프레임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단어를 붙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과 맥락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 표현이 지금의 사회에서 여전히 적절한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가?
나는 이제 ‘중국동포’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적이 중국이고, 스스로도 ‘중국인’으로 정체화한 사람을 굳이 우리와의 관계성을 전제한 언어로 부르는 일은 이제 불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용어는 관계의 온기보다는, 정체성의 혼란과 오해만을 남길 수 있다.
우리의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하고, 특히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그 사람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언어가 차별이 아닌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동포의 어원과 필요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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